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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113 : 마마님과 둘만의 추석 데이트 2

by 배스노리 2022. 12. 1.

20121.09.20

 

아침에 일어나면 텅 빈 집안.

 

마마님의 취미, 풀놀이

 

풀을 사랑하는 우리 마마님은, 기상과 동시에 텃밭과 집 앞을 왔다 갔다 하셨다. ㅋㅋ 슬슬 일어나 밖을 보면 커피 주문이 들어오고~

 

초췌한 미모 보호 ㅋ

마마님이랑 함께한 단 둘만의 추석은, 매일 아침 이렇게 은은하고 행복하게 시작했었다. 우리가 이리, 둘이서만 명절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또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왠지 그냥. 하루하루가 소중해지는 기분이었다. 

 

 

들어올 때 낑낑거리며 가져왔던 마마님의 커다란 요술 가방. 그 안에 바리바리 챙겨 온 엄마의 싸랑. 닭발, 고기, 과일 등등. 그동안 내가 흘리듯 먹고 싶다 했던 것들이 하나, 둘 나올 때. 울컥하는 마음에 뭐 이리 다 챙겼냐고 괜히 승질내지않고, 격하게 끌어안으며 사랑한다 외쳤다. 이젠 내 감정보다, 마마님이 기분 좋고 행복했음 하는 맘이. 더 우선 돼진다. 조금은 철이 더 들고 있는 것일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들깨 미역국. 양념갈비. 이미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던 듯 준비되어 있던 아침밥이 또 한번 왠지 소중하게 울컥해지는 기분. 

 

 

오후에는 서면 남서일몰전망대 운동 다녀오고~

(남서일몰전망대 정보 : https://bassnori.tistory.com/580)

 

저녁은 내가~!! 대접해보기. ㅋㅋ

 

무늬오징어 물회

 

20년인가 19년인가.. 

뽈락 낚시 댕겨와서 엄마한테 볼락 회 해준다고 첫 손질 도전했다가 한 3,4시간 걸렸었나...? 기다리다 기다리다 마마님이 배고파서 짜장면 하나만 먼저 시켜 먹고 하면 안 되냐 해서 왕삐졌었는데... ㅋㅋㅋ 이번에는 빨리 되냐는 말에 또 삐질 뻔. ㅋㅋㅋㅋㅋ

 

퍼팩트 클리어

내가 만든 첫 물회에 완클이라 너무 뿌듯해쓰 기념하고 싶었음. ㅋㅋㅋㅋㅋ

 

 

저녁엔 둘이 저동 산책하기~

 

갑자기 쌀쌀해져 내 옷 껴입힌 울 마마님 빠숀. ㅋㅋ 귀여운뎅?? ㅋㅋㅋ 

 

 

저동의 저녁은 참 반짝반짝하다. 여기저기 펴있는 불꽃들로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야경을 이쁘게 채워주고 있음. 촛대바위는 몇 번 가봐서 이번엔 반대쪽 빨간 등대로 천천히 걸었는데

 

 

이 날 확인하게 된 숭어 덕에

https://bassnori.tistory.com/565

 

문어 데치기, 문어 숙회 & 울릉도 내항 숭어낚시 회뜨기

울릉도 무늬 탐사를 다닐 때, 내항에 큰 숭어가 떼를 지어 놀고 있는 것을 종종 봤었다.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불던 어느 날, 심심한데 에깅은 하기 힘들 것 같고.. 2021.10.15 손맛이나 볼까 해서 근처

bassnori.tistory.com

 

이 날 숭어 손맛보며 놀게 됐찌요. ㅋㅋ 

 

가벼운 저동 마실을 마치고 집에 올라가는 길. 

 

 

헛!!!!!!!!!!!!!!

 

 

울 집에 간간히 놀러오는 길냥이가 보여 안뇨옹 인사하려 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 길냥이 살쥐사건!! ㅋㅋ 뭘 차고 던지고 놀길래 뭔가 유심히 봤더니 쥐네..? 나랑 눈 마주치니까 급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긴 했다만.. 아무 일도 없는 척 멀뚱멀뚱 낭창한 표정도 귀엽긴 했다만.. 가끔 울 집 문 앞에 쥐 선물했던 게 너였던게냥... 그건 가꼬 오지 마라이.. 

 

이렇게 또 아쉬운 하루가 지나갔다.

 

나이가 늘어가고 주변 이별이 하나, 둘 늘어가고.. 서서히 나에게도 다가오는 것만 같은.. 상상하기도 싫은 무서운 현실들이 떠오를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더 많이 행복하고, 최대한 더 많이 사랑하고, 최대한 더 많이 웃는 것 밖에 없다. 

 

이런 기록이.. 나중의 나에게. 아픔과 눈물만 가득한 고통이 될지, 그 고통을 달래는 조금의 위로제가 될지.. 많이 고민했었다. 그러다 폰을 잃어버린 지인을 보고도 생각해본게 있었고.. 밀린 지난 일기를 쓰며 조금은 잃어버린 감정의 기억들에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었고.. 어떤 쓰임으로 내게 다가올진 모르겠지만.. 그냥 하나하나 소중하게 담아보는 걸로 결정을 내렸다. 

 

 

언젠가 내가 없어졌을 때,

이 곳은 누군가에게 어떤 곳이 될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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