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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노리의/일기장65

선연 감정이나 기분에도 한도가 있어서. 양에 따라 기간은 달라지겠지만 점차 소진되고 언젠가 고갈된다. 나중에 뒤돌아 볼 때 조금이라도 덜 아쉽게. 줄 수 있을 때 맘껏 주고 받을 수 있을 때 맘껏 받고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리고 즐길 수 있을 때 맘껏 즐겨야겠다. 신기하게 낯선 나를 자꾸만 발견하는 시간들. 그깟 손잡기가 뭐가 그리 어렵고, 그깟 허그 하나에 매번 긴장되고 떨리던 건지. 내 심박수에 내가 당황하고, 내가 나한테 더 놀랍던 순간들. 그렇게 포근하게 감싸주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만들어줬던 사람. 시간 속에서 무뎌지는 마음들이, 당연함이란 감정으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항상 바라고 기억하지만, 또다시 익숙함에 물들어 감사함을 행여 잊어버릴까 항상 두렵다. 소중한 인연을, 언제까지나 소.. 2021. 7. 25.
인사 2020.08.25 무릎에 머리를 대면잠들때까지 귀를 만져주고. 마당에 이쁘게 봉숭아 꽃이 피면내 손톱에도 꽃물을 피워주고. 명절에 뒤늦게 도착하면따로 챙겨둔 내 꼬지 꾸려주고. 이십대 후반까지도새뱃돈 봉투를 몰래 숨겨 줬던. 내외할머니를 보내고 오는 길. 정말 아무일도 아닌 듯아무렇지도 않게친척들과 웃고 떠들며덤덤했던 나를 대신해그 맑은 날.구름이 울더라. 나 왜 이렇게 괜찮지 했는데첫 날부터 나던 열이아직도 내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도 코로나코로나 거려짜증나서 보건소를 다녀왔는데그때서야 서러움이 북받치더라. 할매.나는 이제괜찮다 괜찮다하면진짜 괜찮은 척 할 수 있는나이가 되었나보다. 안괜찮은거 같으니섭섭해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그 날 그러더라.삶은 유한하다고.나도 죽고. 너도 죽고. 우리는 다 .. 2020. 8. 31.
믿음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는다는 것이.과연, 가능하긴 한가. 살면서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지를 점차 실감해간다. 어릴적엔 그저 의리로만 통했던 믿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신뢰로, 신용으로 이어져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믿음은, 무섭고도 아름다운. 양날의 검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삶에는 어쩔 수 없이 꼭 느끼게 되는 배신감들이 난무한다. 작게는 나에게 올거라 믿고 부른 우리집 고양이의 외면같은 사소한 것에서. 정말 가족처럼 믿었던 벗의 뒷통수 라던가 결혼을 앞둔 정혼자의 외도같은 큰 것 까지. 난 사람을 참 좋아했었다.만나는 것이 좋고, 얘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좋고, 친밀함을 느끼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문제는 좋아만 한 것. 그저 좋아만 했다. 한마디로 호구였달까. 영화 부당.. 2020. 7. 14.
회피 때론.지독히도 하기 싫은 생각들이 있다. 생각을 하는 생각조차도 숨막히게 끔찍하고 괴로운. 그저. 피하고. 그저. 잊고 싶은. 그런 생각. 가끔 스치듯 조각 하나가 지나가면. 온갖 힘을 다해 다른 생각들로 머리를 가득 채우려 용쓰거나, 머리를 비우기 위해 별별 다른 행동들을 해가며 그 생각을 지우려 용쓰지만.. 결코. 잊지도 지우지도 못하는 빌어먹을 그 생각은. 내가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끝내 나를 따라다니며 시시때때로 나를 괴롭힐 것임을.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피하고만 있는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버겨낼 작정일까. 엿같다. 2020. 7. 9.
보은 돌아보면 내 인생은 참 어이없게 복잡하고 힘든 시기들이 크게 많았던 듯 하다. 결국은 내 선택과 행동으로 인한 인과응보겠지만 그 치열한 삶엔 엿같은 운도 많이 붙어댔다고 생각하고 싶다. 정말 황당한 배신으로 집부터 집안의 모든것까지 한순간에 사라졌던 그때. 그래서 급하게 얻게된 집. 그때 알게 된 옆집 오지라퍼. 나만 보면 밥밥거리던 여자. 집밥부터 보양식 외식까지. 정말 밥 못먹여서 붙은 귀신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매 끼니를 챙겨주던 그녀. 그렇게 어려운 시기였는데.. 생각해보면 고급 한정식에 스테이크에 참치에 참 먹는건 기깔나게 잘 먹고 지냈다. 그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그녀가 한 곳에 정착했다고 연락이 왔을 때.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그 이유를 충분히 알겠던 좋은 분을 보고 참 많이 마음이 놓이고.. 2020. 2. 13.
무의의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도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흐르면 어느 순간익숙해져 있었다. 대신 그 익숙함 속에서또 다른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일이또 찾아와 있고 그 역시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흐르면또 익숙해져 있을 것 이다. 그렇게 익숙해짐의 반복이시침으로계속돌고 돌고 돌 뿐이다. 그러니 어떤 일이든큰 의의없이 되는한무던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견딜 수 있다고 해서아프지 않은것은 아니니견딤의 최소화가 최선이다 2019.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