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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252 : 울릉 겨울왕국의 위엄

by 배스노리 2023. 6. 26.

2023년 1월 24일

이번 겨울은 작년을 비교하면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 울릉도는 눈이 금방 녹는 편이라 며칠 눈 소식이 잡혔을 때 눈사람을 만들지 않으면, 하루 만에 사라지는 아쉬움이 생긴다. 울릉살이 2년이 채워져 가니 나름의 통계랄까.. ㅋ 그래서 쉽게 눈사람 도전을 할 수가 없어져 부렸는데... 이번 겨울은 딱 한 번의 눈사람으로 끝나는 건가.. 하며 빠야랑 서운하네 했었었다. 

 

겨울이면 육지에 알바를 나가는 빠야가 내 곁을 떠난 1월 23일. 그 생각을 깨부수어주는 울릉도 대폭설이 시작됐다. 

 

저녁 8시부터 일주도로 통제 안내가 뜨고.. 저녁 9시가 넘어가니 대설주의보 발령. 한파, 강풍, 풍랑주의보까지 발효 중. 24일 새벽부터는 기온급하강 예정 및 25일까지 40~50cm 정도의 눈이 내릴 예정이니 빙판길, 눈길 주의. 동파주의. 외출자제 등 안전 관리 주의 알림이 연이어 왔다. 

 

24일 오전 8시. 폭설로 버스 연착 가능, 일주노선 중 몇 노선 미운행 알람이 오더니 12시 55분엔 결국 폭설에 따른 시야 미확보 및 제설 불가에 따라 전노선 버스 일시 중지라는 알람이 왔음. 

 

오후 2시엔 이미 누적 적설량이 70cm라고.. 

 

창문으로만 밖을 보다가 오후 4시 쯤.. 문 밖 상황을 제대로 보고 싶어 현관문을 열려는데... 문이 안 열린다. ㅋㅋㅋ 쌓인 눈의 무게가 어마어마한 건지.. 문도 같이 얼어붙은 건지.. 뜨거운 물 부어가며 겨우겨우 열어보기.

 

원래의 우리집앞
원래의 울 집 앞 풍경

 

원래는 이래야 하는 현관 앞이..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음... 미쳤군. 

길도 사라졌고.. 데크도 사라졌고.. 뷰도 사라졌음.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눈발 보쏘..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완전히 눈으로 뒤덮힌 울릉도. 함박눈, 대설이야 집순이 하면 되는 오히려 좋고 재밌는데. 문제는.. 바로 위의 사진.. 중간 부분에 있는 옆 방에... 등유난로 기름이 있다는 것.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지금 내가 길을 팔 수 있을런지 확인해 보려고 슬쩍 우산을 꽂아봤는데..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이 길이의 우산이 저마이 들어감. 아하하하하. 하.. 하... 하아.... 텄음. 난 몬한다. 몬해몬해 ㅜㅜ 기름값보다는 내 허리가 더 비싸니.. 그냥 보일러를 팍팍 써야겠다고.. 결정.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슬쩍 고개랑 손만 내밀어서 폰으로 저동 여객선 터미널 앞으로 줌 땡겨보니 사라져 가고 있는 차들..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끝없이 내리는 하얀 눈들이 저동을 휘덮고 있는 장관? ㅋ 살면서 이런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일이, 나에게 몇 번이나 있을까 싶어 천천히 오래 구경은.... 추바서 못하겠음. 후딱 들어가기.

울릉도 대설

 

하필. 빠야가 나가자 말자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이번에 빠야가 육지 알바 나갈 때. 이 참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좀 더 느껴보자고.. 헤어졌다고 상상하며 일주일 동안 연락 안 하기를 해보자고 제안했었다. 내가. 음. 그래. 내가. ㅋㅋ 눈 자랑도 하고 싶꼬, 등유 난로 못 가지러 가겠다고 징징도 거리고 싶은데... 하필 내가 그랬네?? ㅋㅋㅋ

 

하까마까하까마까 고민하고 있는데.. 빠야 마마님께서 전화를 주심. 후딱 받으니 울릉도에 눈 많이 내린다고 난리가 났던데 괜찮냐고 물으시는데.. 그 뒤로 이것저것 물어보라는 빠야의 목소리가 막 들린다. 이시키... 머리 썼네?? ㅋㅋㅋ 아놔 ㅋㅋ 딱 후회하던 찰나였는데 타이밍 기가 막히게 잘 걸렸닼ㅋ

 

어무니께 난로 기름 가지러 가야 하는데 길을 못 뚫는 것 빼고는 너무 좋다고 했더니, 괜히 무리해서 허리 또 다치면 안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보일러 빵빵하게 팍팍 틀어서 따뜻하게 있으라는 응원(?)을 받꼬.. 전화를 넘겨받은 빠야와 연락통제 놀이는 대설이 끝난 후까지 유보하기로 했따. ㅋ 왜 하필 자기가 나가니 이런 일이 터지냐고. 걱정되는데 연락하지 말라해서 전화도 못하니 죽겠더라는 이 귀요미 답답이를 어째야 좋을까. ㅋㅋ 이 아지야가 언제부터 내 말을 그리 잘 들었다곸ㅋ 나참 ㅋㅋㅋ 

 

기상청 예보를 봤을 땐.. 25일까지 계속 눈이 잡혀있고.. 내일의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흥미진진한 이 날의 기억. 

 

작년 폭설에는 눈 맞으며 옥상에서 무한리필 눈놀이를 했었는데.. 유일하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빠야랑 그 즐거움을 올해는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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