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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253 : 나홀로 눈놀이? 기름, 대야 구출작전

by 배스노리 2023. 6. 27.

2023년 1월 25일.

보일러가 겁나게 웅웅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찜찜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 단독주택 기름보일러의 악명은 익히 느껴도 봤지만.. 온사방을 뒤덮은 눈이..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두려움은 짙어지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옆방 등유 구출 작전을 결심했다.

 

울릉도 대설

 

여전히.. 멈출 기미 없이 포슬포슬 쌓여만 가고 있는 울릉도의 대설 타임. 

 

2020년 허리에 벼락맞꼬 기어 다닌 후로.. 정말 나도, 빠야도 금이야~ 옥이야~ 조심히 다뤘던 내 허리인데.. 하필 빠야가 육지를 나가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ㅜㅜ 그렇지만 돈 벌러 나간 님 없이.. 나 혼자 기름 펑펑 써재끼는 것도 느무 불편하다.

 

확실히. 육신의 피로 보다 마음의 피로가 훨씬 괴롭다. 

 

울릉도 대설
울릉도 대설

 

일단 현관문에서부터 길을 내보기로 했다. 옥상 어딘가에 있을 눈삽을 찾아오기가 더 빡실 것 같아 집에 있는 대야와 쟁반으로.. 퍼서 던지기를 쉬엄쉬엄하다 보니 드디어 찾아낸 울 데크랑 파라솔이.  

 

소복하게 담이 된 데크위가 거슬려 밝은 시야를 위해 데크 눈을 밀어내다가..

 

대야
내 대야..

 

대야도 밀어버렸네...? 아놔.. 

일단 나 바쁘니까 거기서 쫌만 기다리 봐... 젠쟝..

 

눈놀이 할 때마다 빠야랑 타임랩스 걸어놨던 추억이 떠올라, 이 기특한 영상을 빠야한테 자랑하려고 삼각대 세워놓기. ㅋㅋ 이 와중에도 할 건 다 한다. ㅋ

 

등유구출작전

 

그 가깝던 옆 방이 이렇게 멀게 느껴질 줄이야.. 작년에 빠야가 눈삽으로 팔 때는 정말~ 금방~ 쉽게 하는 걸로 보였는데.. 역시 우리 대한민국 군필들은.. 므찐 싸나이들이었다.  

 

눈길
눈 길 파기

 

하. 뿌듯하다...

 

울릉도 대설
반갑다 등유야

 

사실 꺾인 길은 너무 힘들어서.. 조심히 살금살금 걷지 뭐, 하며.. 반만 파고 반은 발로 밟았다. ㅋ 드디어 울 난로가 배 터지게 가득 먹꼬! 열일을 시작하니~ 금방 후끈후끈해지는 집안 공기.

 

이제 문제는..

 

대야
넌...

 

임만데...

 

대야
왜...

 

하아... 점마 우야지.. 

보기엔 쌓인 눈 때문에 저리 깨끗하게 보이지만.. 내려갈 길들도 다 눈에 덮여, 계단이 어딘지 구분도 안 가는지라.. 내려갈 자신이 음씀. 옆방 가는 것도 맘먹는데만 하루 걸렸는데.. 저까지 우째가냐고오.. ㅜ

 

잠깐 따뜻해진 거실에서 쉬며 단톡 구경하기.

 

이레바이크 패밀리

이레바이크 사장님과 가족분들의 울릉도 대설 즐기기. 나도.. 빠야 있었으면 바로 나가서 뛰어놀든.. 옥상에서 눈사람 만들고 놀든.. 정말 씬나게 동네 미친니은이 되어있었을 건데.. 왜 하필 타이밍이 ㅜㅜㅜ 

 

노마도르 영상

 

노마도르에서 드론으로 찍은 북면 현포의 모습.

 

낄낄거리다가 울 대야의 슬픈 모습을 공유하니 이레바이크 사장님께서 낚시로 대야를 잡아보라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주셨음.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빅게임을 사랑하는 빠야라, 빅베이트가 넘쳐나는 우리 집이지~!!! 튼실한 바늘이 딱 맘에 드는 놈으로 하나 고르고~ 피칭이 편한 베이트릴로 골라잡아 기세 등등 하게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ㅋㅋㅋ

 

대야구출작전
대야구출작전

 

망연자실하며 멍 때리던 인간은 어디 가고~ 간만에 재미난 놀잇거리를 찾은 기분.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릉도 저동
크헿헿

 

약 2분 만에 끝나버린 대야구출작전.

이로써. 등유와 기름 구출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쩌엉~말 오랜만에 느으~무 뿌듯하다. ㅋㅋㅋㅋㅋ

 

빅베이트
빠야의 빅베이트

 

더 뿌듯한 것은. 

한번도 쓰지 않은 빠야의 쌔삥이 빅베이트에게 마수를 시켜줌이랄까. ㅋㅋㅋㅋㅋ 

데헷

 

그리고 저녁이 되었는데..

 

울릉도 화재
울릉도 저동 화재

 

뜬금없이 단톡으로 알게 된 소식. 이 눈 속에서 불이 났다고. 생각보다 큰 규모로 불이 나고 번져서 많이 놀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데.. 건물 4개가 타버렸다니.. 충격적이었음.

 

폭설 때문에 불이 나도 금방 삭을지 알았는데 오히려 폭설 때문에 소방차량 출동이 어려웠다니.. 거시기 하구만. 

 

날씨
이어지는 폭설타임

 

날씨 어플을 봤다가... 이 날이 25일인 목요일, 다음날이 금요일... 혼자 있어서 할 말도 없지만 더 할 말을 잃었다. 아주 주구장창 계속 계속 오겠구만. 여윽씨 겨울왕국 울릉도.

 

울 빠야만 있었어도... 작년 보다 두 배 큰 이글루 만들고 놀았을 텐데... 

이번에 빠야 빈자리의 허전함과 서운함을 톡톡히 맛보고 있는 쓸쓸한 간헐적 울릉독거인이었다고 한다. 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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