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257 : 겨울 지독했던 감기앓이.

by 배스노리 2023. 7. 1.

2023년 2월 1일 ~

 

눈이 가득한 울릉도의 겨울은 새하얗게 고요했다. 딱히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울 동네 최고도를 위치한 우리 집이라.. 더 나갈 생각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고, 빠야가 없는 것도 한몫했던 듯하다. 

 

어느 정도 눈이 소강상태가 된 듯 하여 언냐는 잘 지내나 전화 한 통 해서 눈 이야기로 낄낄 거리다가 오랜만에(?) 얼굴 보자며 언니가 울 집으로 왔는데... 

 

 

올라 오자말자 눈삽 찾더니 길을 이마이나 치워줬다. 

 

혼자 있는 허리 아픈 동생, 편의점 간다고 나왔다가 길바닥에 미끄러져 아예 누우면 큰일 나니까... ㅋㅋㅋ 참.. 내 인복도 여전히 천하무적이구나. 그래도 울 집 길인데 언니 혼자 치우는 걸 보고 있기만 할 순 없으니.. 쓰레받기라도 챙겨 열심히 도왔띠.. 젠장. 이 놈의 하찮은 몸뚱아리.. 이거 쪼매 했다고 또 뻗었다. 

 

23년 2월 2일.

 

 

넴.. 그렇지요. 세차를 하면 비 오는 것 처럼. 길을 치우면 또 와야지요. 하. 하. 하.

 

 

살폿살폿. 내려앉는 눈이 또 이뻐 보이는 것도 중증이다. ㅋ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듯한 내 몸뚱아리. 머리, 목, 허리 온데만데 다 아프기 시작하더니 기침하면 허리가 아플 지경. 집에 있던 감기약을 먹고 있는데도 점점 심해지고.. 일단 목이 자꾸 가니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는데.. 빠야도 마마님도 걱정이 한가득이 되게 만들어야 해서 환장할 노릇이다.

 

재채기나 기침이 어느 정도 나오는 건 참을만 하고 괜찮은데.. 꼭 자려고 누우면 끊임없이 기침이 나온다. 끊기지 않아서 배 땡기고 목구멍 째지겠는 건 둘째 치고, 허리가 욱씬욱씬 거려서 미침. 눈물, 콧물이 아주 줄줄 흘러 숨은 쉬어야 하니 콧구멍은 휴지로 한쪽씩 번갈아 막다가.. 짜증 나서 앉으면 쫌 나아진다.

 

그래봐야 누으면 또 시작. 제대로 잠을 못 자니 더 미치겠다. 

 

 

혹시 싶어 집에 있던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를 두 번 해봤으나.. 음. 코로나가 아니면 독감인 건가.. 

 

일주일을 내리 침대에서만 지냈음에도 차도가 없어 결국 택시 타고 울릉의료원을 갔다. 헌데.. 뭐 코로나 검사 안 하는 건 의사가 봤을 때 내 증상이 코로나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치고.. 청진기도 한번 안대보고.. 아 해서 목도 안 보고.. 내가 무슨 진료를 받고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주사도 없이 처방약만 받고 끝났다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무엇인가. 마치.. 약국에 가서 약사님이랑 증상 대화하고 약 산 기분이랄까. 이것이 병원인가 대형 약국인가.. 

 

더 어이가 없는건. 

 

약빨이 너무 좋아서 꿀잠 잤다는 것. 

이해 할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라고. 내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다. 울릉도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포용시키는 덕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었다. 거칠고 불 같던 성정도.. 뭔가 울릉도에선 느리게 작용하는 느낌이다. 화내봐야 소용없다는 걸 너무도 빠르게 인정하게 된다. 단념인지 포기인지는 좀 더 지나 봐야 알겠지만.. 손해 보는 기분이 안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서적 안정으론 만족스럽다. 

 

길었던 2주가 골골 댄다고 후딱 지나가버렸다. 

 

23년 1월 21일.

 

 

눈이 안내리면 허전할 정도로 이젠 너무 당연한 울릉도 겨울의 전경. ㅋ

 

드디어. 

24일. 

빠야가 육지출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다가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