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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158 : 울릉 독거놀이. 한달의 자유 ㅋㅋ

by 배스노리 2023. 1. 31.

2022.02.24 ~ 03.20

 

빠야가 한 달 육지 알바를 나가고.. 한 달 울릉독거인이 되어야 했던 나는, 쪼매.. 걱정이 많았다. 슴살때부터 독립해서 지금까지 가끔 룸메가 있긴 했어도 대부분 혼자 살아왔기에.. 처음엔 알바 이야기 나왔을 땐 별 생각이 없었다. 헌데 코앞이 되니 갑자기 떠오른 생각.

 

정말.. 믿을 수 없게도 나는 귀신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ㅋㅋㅋㅋ 

 

웬만해서 겁이 없는 편이라 두려운거 없이 뭐든 그냥 도전을 잘하는데.. 중딩 때 영화관에서 여고괴담을 본 이후로.. 지금까지도 귀신 나오는 영화는 절대 안봄. 장난으로라도 귀신 이야기 하는 것도 개정색하고 싫어함. 시체 나오거나 잔인한 건 보겠는데 희한하게 아직도 귀신은 너무너무 진짜진짜 완전완전 싫다. 

 

엘리베이터에 마주보는 거울 끝에 내가 아니다는 이야기 한번 듣고, 20대 중반까진 혼자 엘리베이터도 안탔음. ㅋㅋ 밤에 혼자 안 나가는 것도 치안의 문제가 아니라 혼자 있을 때 뭔가 보일까 봐 쫄아서. ㅋ 혹시나 술 먹고 집에 혼자 갈 땐, 택시에서 내리면 집까지 바닥만 보며 전력질주 했었고.. 대부분 아빠한테 나와 있으라 했었지.. 

 

마마님 촌집에 꽂혀 촌 주택 여기저기 살 때는.. 해 지면 촌길 혼자 운전하고 들어가기 무섭다고.. 집에 안들어가고 시내 친구집에서 자고 가는 게 당연할 정도였으니.. 좀 심각하다면 심각할 정도였지만.. 배스낚시를 시작하고 많이 고쳤었다. ㅋㅋㅋ

 

야습이 조과가 좋으니 야밤에 풀숲 물가에 갈 수 밖에 음꼬.. 저수지 야습 처음 갔을 때는 일행들 옆에 딱 붙어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잡고 싶어서 혼자 막 상류에 가있고 그러더라. ㅋㅋㅋㅋㅋ

 

그치만.

산 중턱 외딴 단독주택에 혼자 살아본 적은 없었다는 거.

 

과연 나 혼자서 밤에도.. 안쫄며 잘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훅 쳐들어와.. 빠야 나가는 날까지도 우짜지 우짜지 하고 있었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린 빠야 짐 정리하며 이것 저것 하다보니 밤을 새버렸고.. 오후에 빠야가 가고 나서야 나는 기절을 했다. 눈 뜨니 새벽. ㅋ 무서울 틈 없이 하루가 가버렸음.

 

그러고 하루하루가 가는데.. 웬열. 너무 편하네???? ㅋㅋㅋㅋ 아무 때나 자고, 아무때나 일어나고, 아무때나 먹고, 아무때나 일하고, 아무때나 쉬고. 혼자 살 때의 당연한 것들이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를 만끽했달까? ㅋㅋㅋㅋㅋ 쫌 어이없는데 쫌 마이 웃겼음. ㅋㅋ 어쨌든 하나와 하나가 함께 할 때는 생각보다 신경 쓸 일도 더 생기고, 알게 모르게 서로 맞추려 노력하는 부분이 참 많은가 보다. 

 

딴 건 모르겠는데.. 내가 먹고 싶을 때 먹는 거. 이건 너무 심하게 좋다고 느껴진다는 게.. 참.. 배은망덕하네. ㅋㅋ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ㅋ 대충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고 이런 게 좋다니.. 아직도 욕 덜 먹었다고 잔소리 들은 만 한건 알죠알죠. 늬예늬예.. 

 

쨌든. 역시.

혼자 살아봤던 사람들은 다 공감하겠지. 이 편안함을. ㅋㅋ 결코 둘이 불편하지도 싫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 알수없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은.. 새로운 경험이었음. ㅋ

 

 

그러던 어느 날. 백슨생님께서 주신 선물.

 

혼자 있다고 백슨생님 어머니표 수제김자반이랑 전호나물을 주셨다. 김자반의 신세계. 진짜 대박 너무 맛있어서 갬동의 눈물이 맺힐 뻔. ㅋ 울릉도 첫 고로쇠물도 한병 주셨음. 핵꿀맛~!! 울릉도 고로쇠야 이미 알아줄 만큼 알아주는지라 더 붙일 말도 없겠지만.. 지금까지 먹어 본 그 어떤 지역 고로쇠 수액 보다 훨씬 시원하고 달달함. 

 

 

나 혼자 여유시간이 많아지니, 안부 전화도 여기저기 돌리다가~ 지인이 직접 득템 했다는 야생 흑암칡으로 내린 칡즙도 선물 받꼬~ 

 

세상에.. 칡 사진 보여주는데 무슨 사람 허벅지만 함. 흑칡도 처음 들었고 암칡도 처음 들었는데.. 흑칡이 일반칡 보다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했다. 암칡이 맛이 좋아 떨 쓰다고.. 이런 칡즙 먹기 힘들다는 말에 넙죽넙죽 감싸를 전하며 울릉도 고로쇠물 보내 가당찮은 물물교환(?) 했음. ㅋㅋ

 

 

나 홀로 여유 시간이 많아지니 2, 반신욕도 자주 하고~

 

 

샤핑도 많이 하고? ㅋㅋ 놉~!! 혼자 심심할 딸램을 위해 마마님께서 미리 생일선물 보내주셨음. 참고로 내 생일은 7월. ㅋㅋㅋㅋㅋㅋ

 

 

뚜둥.. 전자피아노.....

 

사람이 악기 한 가지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초딩 때부터 음악 학습을 강요하였으나 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드럼 등등 지조 없이 한 달도 못 버텼던 나에게.. 또다시 숙제를 주시는 우리 마마님. 

 

악보도 기억 안 나 솔 넘어가니 모르겠더만... 

 

엉망진창 나 혼자 피아노 친다 놀이

 

난.. 한곡만 파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혼자 피아노 친다'라는 차차의 피아노 독학 책을 샀는데.. 초딩 때 분명 체르니 30번까지 했던 거 같은데에..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남. 그래서 딱 한곡만 죽도록 연습해 엄마한테 보여주는 걸로 결정하고.. 시작했으나.. 곡 선정에 후회를 두고두고 했달까.. 한 달 이 것만 아무리 해도.. 제공되는 차차쌤의 동영상에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함. ㅋㅋ

 

메트로놈은 일찌감치 포기. ㅋㅋ 악보만 다 외웠다는 결과를 남겼음. 

 

 

그 와중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바뀌었지. 

 

할많하않. 

 

뭐 어찌 됐든. 당당한 말 이전에, 쌓아 놀 행동이 먼저다. 투표는 하고 말합시다. 

 

 

나 홀로 여유 시간이 많아지니 3. 독서놀이도 쫌 했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며, 경험은 위험하고, 판단은 어렵다.'

 

요즘 들어 경험의 위험함과 판단의 어려움이 자주 체감 된다. 편협과 오판의 꼰대로 커갈까 매번 복잡해지는 머리. 그런 하나하나의 고민과 생각들의 존재 자체가.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들일 것이라 믿으며. 

 

이렇게 나 홀로 울릉독거놀이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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