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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17 : 카르페디엠 딸기 크레이프

by 배스노리 2021. 6. 1.

2021.04.20

 

정신없어 까먹었던 기념일. 응. 나만. ㅋㅋ

작년에 대구 호롱커피에서 먹었던 딸기 크레이프 케이크가 딸기광인 나에겐 너무너무 취저라.. 걸신들린 듯 먹으니 빠야가 직접 만들어 줬었다. 시중에 파는 팬케이크 가루로 하면 되겠다 하더니 뚝딱뚝딱 그냥 만들어 줌. 반죽 농도(?) 조절이 어려워서 난 못하겠더라. ㅋㅋㅋ 원래 올해 오빠야 생일에 내가 해보려 했었는데... 이사로 집이 창고라 도전할 여건이 안됐었지....

 

빠야 퇴근하고 오는 손에 들린 봉다리. 팬케이크 가루랑 딸기랑 휘핑크림을 보고.. 아...! 깨달았지.. 

 

울릉도는 과일이 아주아주 비쌈. 배 타고 성하게 넘어오긴 힘드니 이해함. 이런 날은 먹어줘야죠~!!

 

딸기 크레이프

팬케이크 반죽 아주 얇게 구워서

휘핑크림 마구마구 저어 생크림을 만들고

한 장 한 장에 펴 발라

딸기 올리믄 끝.

 

뭐든 말은 쉽지. ㅋㅋㅋ

 

냉장실에 좀 뒀다가 먹어야 생크림이 단단하고 차가워져 더 맛있지만.

 

단면도 이쁘게 잘리지만. 

 

우린 바로 먹어야 했지. 먹을걸 앞에 두고 참는 사람들은 성공을 할 것이야. 마시멜론가.. ㅋㅋㅋ

우린 성공하지 말고 평안하게만 살자요~ ㅋ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참 지대하다. 사소한 언어습관부터 관점의 차이까지. 몰랐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못했던 생각들을 하게 되고, 싫었던 일이 괜찮아지는. 나를 놓치면서가 아니라, 나를 잡아가며. 나를 챙기며 너를 챙기고, 나를 소중히 하며 너를 소중히 하고. 누구의 희생과 양보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을 스며들 듯 배워나간다.

 

우리 안에 너와 내가 있는 것이 아닌, 내가 있고 네가 있는 우리로 만들어 가는. 소중한 너와 소중한 내가 소중한 우리를. 우린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을 걸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살기 위해 치열하게 만들어갔던 내 자존감과 자존심은. 그만큼 쓸데없이 높기도 했다.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이었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야 했기에 원천적인 성질로 굳었다 생각했다. 고집이 아집이 될지언정, 타협은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 나 하나가 나에겐, 그렇게도 버거웠다. 헌데 그 타협이라 생각될 일 들을 지금은 그렇게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바뀌어 가는 내 모습이, 전혀 언짢지 않다. 오히려 발전되고 있다는 기분은 감사한 인연이 주는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또 내가 어떻게 변해갈진 모르지만. 

 

영원한 순간은 없다.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일단.

 

즐기자.

현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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