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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238 :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했던 날

by 배스노리 2023. 5. 31.

2022년 11월 2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울릉군 난리가 났던 날. 공습경보부터 난리가 났다는데.. 사실 밤낮이 심하게 바뀐 나는.. 꿀잠 자고 있었지. 

 

오후 두 시쯤 일어났던가.. 눈 뜨고 시계 본다고 폰을 봤다가, 쌓여있는 부재중 전화에 힌남노 때가 떠오르고. 아하. 울릉도가 또 뉴스에 뭔 일로 나왔나 보다 했었다. 딱 맞춰 울리는 마마님 전화를 받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상황을 알게 되긴 했는데..

 

오전 아홉시부터 사이렌이 울리며 공습경보를 알리고.. 대피 메세지 뜨고 그랬다는데.. 나는 정말 잘도 잤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긴박한 상황이 됐으면 일하러 나간 빠야가 바로 집으로 와서 내가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겠지, 아무 일 없는 거 같다는 말로 엄마를 달래고 일단 전화를 끊고 무슨 일인지 검색을 해보기.

 

미사일 탄착 지점보니 울릉도 보다는 속초가 훨 가깝드만... 

 

울릉군알리미
울릉알리미

 

뭐 여기저기선 난리가 나긴 났나보다. 그런 시끄러운 와중에도 잘도 자는 나도 참.. 변함없이 여전한 내가, 아주 장하다고 욕먹었다. 자다가 죽으면 호상이라던데 호상 할 뻔.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고 이미 지나간 후 알게 돼서 그런가. 아님 지독한 안전불감증인 걸까. 오히려 매스컴이 더 호들갑으로 사람 불안하게 만들려는 느낌으로 와서.. 괜히 여기저기에 걱정 끼친 민폐 기분. 

 

사실. 진짜 울릉도로 쐈다한들. 작은 이 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피하려 한다고 피해질까. 어떤 사고든 순식간에 무슨 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지 않나 싶었다. 자연재해든, 질병이든, 교통사고든, 범죄사고든. 누구에게나 원하지 않는 일이, 갑작스럽게 닥치기도 하니까..

 

뭐, 덕분에 또 내사람들에게 애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좋은 기분도 있긴 하지만. 이 날 갑자기 든 생각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요즘이기에 유언을 준비해두는 것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었다. 나야 가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이 날 떠올리며 할 생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 그날도 포스팅을 하긴 했지만.

 

내가 언제, 어떤 일로, 어떻게 삶을 마감하든.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하는 삶을 살았으니, 잘 놀다간다고 생각한다고. 불쌍하다거나, 안쓰럽다는 이런 오해는 정말 싫을 것 같다. 이 맘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걸 여기라도 그냥 한번 남겨본다. 

 

울릉도 주민들과 그 주민들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함을 느꼈던 하루였을 거 같아 좋진 않았지만. 따뜻함을 느꼈던 하루가 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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