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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232 : 울릉도 정전 & 문어낚시. 끼리끼리는 사이언스

by 배스노리 2023. 5. 25.

2022년 9월 27일. 이 시대에.. 정전이라니. 초등학교 때였나.. 그 이후로 정전을 겪어 본 기억이 없는지라.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겪어본 정전은 컬처쇼크 느낌이었다. 

 

 

빠야랑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다 꺼져 깜짝 놀라 창밖을 봤다. 저동 절반만 정전. 

 

저기 산 뒤로 도동도 밝은 불빛이 번쩍이고 있고, 천금수산을 기준으로 어판장 쪽은 다 환한거 같은데 우리 동네만 그림자 진걸 보고 너무 웃겨서 기념샷을 남겼다. 이런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구나 싶고. ㅋ 나름 촌에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나름 도시에 살았던겐가 싶은 기분에 웃음이 났던 날. 

 

이런 일이 종종 있기도 한건지 바로 앞 오징어회타운에선 바로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웅웅거린다. 

 

우린 다행하게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인지라. 집에 남아도는 헤드랜턴 끼고 먹던 밥 계속 먹으면 되니까~ 이 마저도 재미난 추억이 된 거 같아서 낄낄 거렸다. 금방 복구가 되어 후딱 정리하고 짬낚 달리기.

 

 

울릉도 실한 돌문어.

 

 

이 날.. 우리 빠야는..

깨먹은 액정.. 기껏 수리해서 온 폰을.. 용왕님께 선물드리고.. 올해만 폰 해먹꼬~ 로드 해먹꼬~ 간쓰 해먹꼬~ 아주아주아주.. 이번엔 욕도 디립따 먹꼬 먹꼬 먹꼬.. 

천방지축 덤벙대마왕이었던 내가.. 누구한테 욕 할 입장이 아니었던 인생이었는데.. 빠야를 만나고 정말 조신, 차분해지고 있다. 이거쓴 좋은 일인가, 빡칠 일인가.

 

우산 씌워주려고 뛰어 와서 눈알에 우산을 펴질 않나.. 잘 들고 있던 캐리어 들어준다고 와서 내 발등에 찍어올리지 않나.. 윤븨씨가 맨날 나보고 '니 보다 더 한 거 만나야 된다'면서 툴툴거리던 악담이.. 이제서야 이해가 팍팍된다. 이래서 나 보고 맨날 넌 그냥 가만 있어. 아무것도 하지마. 이런 멘트가 나왔던 거구나. 

 

그 맘은 정말 이쁜데, 내 맘은 정말 빡치는. 이런 기분이었군.. 음.. 

 

둘 다 정신줄 안잡으면 아주 난리굿이겠꾸만. ㅋㅋ 제대로 천생연분인데? 아주 막 그냥 막 다 때리뿌사보까. 하고 싶은데.. 확실히 재밌는 건. 둘 다 같이 사고 치는 일은 없다는 것. 하나가 난리면 하나는 긴장하고 있다. ㅋㅋ 그게 종종, 자주 내가 될 땐 승질이 올라오지만.. 생각해보면 빠야가 뭐든 다 해주려고 해서 내가 사고 칠 기회 자체가 없는 편이었던 것 같다. 

 

쨌든.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리 둘의 포용력은.. 아주아주 큰 편인건 확실하다. ㅋ

 

이래서 끼리끼리는 싸이언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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