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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놀이/울릉 일기

울릉놀이 #223 : 간쓰, 빠야 병원 가는 날. 바이크 사고

by 배스노리 2023. 5. 15.

이쓰도 튼튼해졌겠다, 빠야 퇴근하면 같이 오토바이 타고 무늬 포인트 탐색을 가기로 해서 빠야 퇴근 시간을 눈나난나 기다리고 있던 날.

 

2022.08.19

5시 퇴근이던 빠야가 3시 반쯤에 전화 왔길래 일찍 마쳤능가 씬나서 받았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일찍 마쳐서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말없이 집에 오는 길에.. 사고가 좀 났다고. 처음엔 멀쩡한 목소리에다가, 내가 놀랄까봐 눈치 보는 티가 나게 밝은 톤으로 난 진짜 아무렇지 않다는 말에 큰 동요 없이 뭐 타고 출근했냐고 물었었다. 

 

점심때 낮잠 자려고 차를 타고 출근하는 날이 많았으니 당연히 뚱쓰를 타고 갔겠지 싶어 물었던 건데.. 날씨가 좋아서 바이크를 타고 갔다는 대답에 1차로 철렁. 간쓰도 넘어졌냐니 그렇다는 말에 2차 철렁. 울릉도는 보험 출동이 없다 보니 내가 좀 데리러 올 수 있겠냐는 물음에 3차 철렁.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차키 챙겨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오토바이 사고란 것이.. 작은 사고가 행운인 것이라.. 883이 할리 중에서는 작다해도 무게가 꽤 나가는 건데.. 슬립이 됐을 경우.. 사람이 온전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뚱쓰가 렉스턴 스포츠 칸이라 전장 길이가 너무 부담스러워 울릉도 들어오곤 장롱면허 유지 중인 내가.. 처음으로 운전하는 게 이런 경우가 될 줄이야.. 시동을 걸고 차를 빼는데 손이 덜덜덜덜 떨린다. 울릉도 들어오기 전까진 자차 운전을 쭈욱 했던지라 운전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이 돼지시키 주차가 두려워서 몰기가 싫었던 것뿐이었는데.. 자꾸만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려 미치겠고.. 

 

괜찮다고는 말하지만, 직접 마주하는 오빠야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너무 무서워서 운전하고 갔던 길이 지금도 기억이 안난다. 혹시 어디 피나고 있는데 안심시키려고 괜찮다고 말만 한 거면 어쩌지 싶고. 그걸 나는 또 침착하게 잘 볼 수 있을까 오만때만 생각에 덜덜 떨던 시간. 

 

오토바이 사고

 

다행인지.. 다리는 좀 절뚝이는데, 피는 하나도 안 난 빠야. 울라 카페에서 내려오던 관광객이 천부항 방향으로 가려다가 난 사고. 

 

바이크사고

 

이런 길인데.. 

 

바이크사고

 

빠야는 천부 쪽에서 퇴근을 하고 저동으로 오려고 직진하고 있던 길. 내리막을 내려오던 차가.. 유턴 같은 좌회전을 하려고 갑자기 튀어나와 피하지 못하고 상대차 운전석 앞쪽에 박았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 날 바닥에 잔돌이 많이 떨어져 있어 속도를 줄이고 운전하고 있어 큰 사고가 나진 않았다고. 

 

아니, 아무리 초행이라도.. 그렇게 틀려면 도로 반사경 앞까지 좀 나와서 확인하고 나오던가. 무슨 배짱으로 난간 끝에서 바로 돌리는 과감함을 보이셨는지.. 너무 화가 나는데.. 당사자들도 많이 당황하고 계속 사과를 하시니 뭐라 화도 못 내겠고.. 자기들이 다 잘못했다고, 보험 처리하신다는 말에 조용히 견인차만 기다렸다. 

 

내가 도착했을 땐, 차가 이미 이동해있고.. 울릉도는 보험 출동이 없다고 그냥 사진으로 제출하면 된다는 말에 그런가 보다 했던 실수를 이땐 알지 못했다. 

 

할리883
간쓰의 몰골

 

이제 두살 먹은 지 한 달 된 간쓰가.. 그지꼴이 됐다. 빠야도. 마음이 그지꼴이 됐다. 드러나는 큰 부상은 없으나, 놀란 사고 당일에 뭘 알겠나.. 그래서 지인 통해서 울릉의료원을 물어보니.. 울릉도는 입원실도 없고.. 육지를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내 마음도 그지꼴이 되고..

 

울릉도 바이크 견인
견인되는 간쓰

 

그렇게 육지 병원에 입원하러 실려가는 간쓰. 

 

직진 우선은 둘째치고 유턴 구간이 난간 바로 앞이기도 하고, 상대방 아저씨도 우리가 보험 처리한다며 미안하다 하고. 그래서 당연히 백프로 과실이라 생각했던 우리라.. 일단 사동항에 바이크 선적 예약하러 갔다가 집으로 오던 길. 그 관광객의 렌터카 회사에서 전화가 와 우리한테도 보험에 연락하라고 한다. 

 

아차.. 경찰도 안불렀고. 아저씨가 자기가 백프로 과실이라고 말한 말을 인정받을 증거도 없다. 젠장. 뭔가 일이 꼬였다. 

 

일단 집으로 와서 계단을 올라오는데 빠야가 잘 걷지를 못한다. 하아... 아무래도 육지를 나가긴 나가야 할 것 같고.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멘탈이 바사삭 바사삭. 왜 때문에. 하필. 울 이쓰가 튼튼해지니. 간쓰가 아파지냐아아아아.... ㅜㅜㅜ

 

이렇게.

울릉살이 첫 스트레스가 발생했던 날. 이후에 정말 격하게 빡치고, 짜증 나고 신경질 가득한 일들이 마구마구 생길 것을.. 이 날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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