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놀이 #20 : 울릉도 도솔암 & 길냥이들

2021.04.23

 

갈수록 허리가 더 아파져서 운동을 다니기로 했다. 첫 도전은 내수전 전망대.

주차하고 걸어가는데 입구 올라가다 이미 글렀... 

 

오른쪽 길이 내수전 올라가는 길. 

도솔암이라는 표지판에 적힌 450m가 눈에 확~!! 무리하지 말자는 빠야 말에 바로 도솔암으로 목적지 변경. ㅋㅋ

 

450은 직진 거리였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느낌적인 느낌인가.. 좁은 절벽길. 허리 통증 때문에 균형감각이 취약해져 짧은 보폭으로 살살 걸어야 하는데, 너무 간만의 산길 걷기 운동이라 허벅지가 터지려 하니 허리 통증이 덜하다. ㅋㅋㅋ 좋아! 건강해지고 있어~!!?

 

꼬불꼬불한 산길을 걷고 걷다 보니 

 

오오오오~ 뭔가 다 온 것 같은 기운이 확~

 

올 초에 용궁사 데이트를 해서 그런가 동상? 모형? 이 기대치를 폭발시켰다. 갑자기 생각이 나네.. 첫 간쓰와의 데이트였는데 길 막혀서 두 시간 걸렸었나.. 뒤에 탔다가 죽을 뻔했지... 허리 아작 나는 줄.. 눈물 콧물 뺀 거 생각하면 아찔하구만. ㅋㅋ

 

쨌든 고개만 넘으면~!! 바다 절경과 어우러지는 사찰이~~!!

 

아님.

 

도솔암

아니었다.

아니었어...

아니었구나... ㅜㅜㅜㅜㅜ

 

혹시 건물 뒤로 넘어가면 짠~!! 하고 다른게~!!

 

물만먹고가지요. 토끼가. 우리말고

없음. 끝.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봄. 뭔가 허탈했달까... 또다시 배운다. 자승자박. 뭐든 기대 없이 별생각 없이 해야 감동을 얻는다. 욕심이 만드는 실망은.. 좋을 것도 좋지 않게 만드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지. 내가 잘못했네. 잘못했으. 

 

뭐. 그래도. 바닷 공기 마시다가 산속 청량감을 느끼니 좋긴 했음. 울릉도는 이런 공기도, 저런 공기도 다 너무너무 상쾌하고 좋음~! 비염약 달고 살던 빠야가 여기 와서 열 알도 안 먹었다니 말 다 했지 뭐~ ㅋ

 

운동을 했으면 영양도 취해야죵~

 

사랑하는 소님

아파트 살던 1인은 이런 일에도 감동을 먹습니다 ㅜㅜㅜㅜ 집에서 불 피우기라니. 너무 좋잖아~!!!

 

촛대바위 조명도 고쳐지고~ 뷰가 한층 더 이뻐졌음~!!

 

크~~ 이런게 행복이지~! ㅋㅋㅋㅋ

좋은 거 보고, 좋은 거 먹고, 좋은 생각 하면서. 이렇게 울릉생활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워나가면. 득도하려나. ㅋㅋㅋ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ㅋㅋㅋㅋ

 

요즘 열심히 공들이는 동네 길냥이들.

턱시도 3마리와 고등어 1마리가 같이 다니는데 턱시도들 코 근처에 점들이 있어서 코일이, 코이, 코삼이. 빠야가 고등어를 시루떡 같다해서 시루떡이로 이름을 우리가 막 갖다 붙였지. ㅋㅋ 

 

사료 사와서 집 앞에 나두니 이제는 종종 찾아주심.

 

코 바로 옆에 점 하나 있는 요놈이 코일이. 그 뒤에 코 옆에 점이 퍼져있는 저놈이 코이. 코에 딱지처럼 점 있는 게 코삼인데 코삼이가 제일 낯을 많이 가린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티에 숨어서 절대 안 나왔지. 여기까지만 해도 그간의 공들임이 을마 뿌듯했는지.. ㅋㅋㅋ 빠야 좋아서 막 사진 찍고 ㅋㅋㅋ 

 

그럼 한 단계 더 도전해야디~! ㅋ

 

이것이 무엇이냐. 

한 번도 못 먹은 냥이는 있어도 한 번만 먹은 냥이는 없다는~!!! 그 유명한 츄르다 이것이지~! ㅋㅋ

 

일단 한번 잡솨봐.

 

쩔지??? ㅋㅋㅋ

가까이는 오지도 못하던 놈이 이제는 냥냥펀치를 시도한다. ㅋㅋ

 

그르치~ 이제 너는, 나에게서 헤어나질 못할 것이야. 점점 더 친하게 지내봅시다요~ ㅋ 

 

이렇게 또 하나의 행복한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