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보게 된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
킵 해둔 여러 명대사들이 있지만 지금 남겨두고픈 부분은 11화에서 세희(이민기)의 대사 중, 정종현님의 '방문객'이란 시와 함께 나왔던 대사들이다.
제가 이십대 때 좋아하던 시가 있는데
거기 보면 그런말이 나와요.
사람이 온다는건
그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이 오는 것이다.
막상 그 시를 좋아할 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몰랐는데
그 말을 알고 나니까
그 시를 좋아할 수 없더라구요.
알고나면 못하는게 많아요. 인생에는.
그래서 저는
지호씨가 부럽습니다.
모른다는건.
좋은거니까..
시간을 쌓아갈수록. 또는 나이가 하나씩 더해질수록. 나는 경험하는 것이 많아지고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감에 두려움과 쓸데없는 겁이 많아지는 듯한 기분을.. 근래 들어 자꾸 느꼈었다. 인생엔 알고나면 못하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말이. 위로가 됨은.. 나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안도일까.
한번씩 아주 예전의 내 당찬 모습들을 떠올리며 그리워한 적들이 있다. 그 무모함들이. 그 에너지, 그 용기들이.. 이제는 그리 하고 싶어도 그리 할 수 없음이. 서글펐던 적들이 있다.
세희의 말에 지호가 말했다. 다 아는 것도, 해봤던 것도. 그 순간 그 사람과는 다 처음이라고. 어제를 살아봤다고 오늘을 다 아는건 아니라고..
그래 맞지. 하면서도 사실. 만약의 뒤를 반사적으로 계산한다. 혹시가 역시가 될 때의 엿같은 기분도 알아버렸기에.. 나는 결국.. 그대로의 그 자체에 집중을 할 수가 없나보다.
진심으로 세희의 말을 공감한다. 모른다는건. 부럽게. 좋은거.
정종현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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