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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노리의/일기장

by 배스노리 2019. 6. 14.


중학교 시절 과학시간에. 붉은인에 대한 실험을 했었다. 하필 우리조 차례에 실험재료가 딱 떨어졌다. 선생은 성냥개비를 주며 앞 부분을 칼로 긁어 가루를 모으라고 했고. 마찰로 인한 불씨가 생기면 매우 위험하니. 최대한 조심해서 긁어야 한다 했다. 극도의 긴장속에. 최대한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긁어모았다. 어느정도 가루가 모였을 때. 같은 조였던 한 친구의 무신경이 불씨를 만들어냈고. 모아뒀던 붉은인은 그 한번에 완전히. 다. 터져버렸고. 사라져버렸다.


내 손으로 떨어진 불티들로. 경악하는 선생 손에 붙들려 병원을 가는 동안에도. 화상이고 나발이고. 사라진 수고에 대한 현실이 너무도 화가나. 아픔마저 잊을 정도로 서러워졌었다. 그렇게 긴장하고 졸였던. 그 인고의 시간들이. 한순간에 어이없게 다 소멸됨이. 분통이 터지고 짜증이 나서. 정말. 딱. 미쳐버릴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더 미칠 것만 같았다. 


애 쓴 만큼. 억울했으리라. 


갑자기. 저 날이 계속 떠오른다. 




매우. 극소한 마찰로 인해

발화점이 생겼고.

쌓였던 인화물들이

한꺼번에 폭발 되었다.


그렇게나

긴장하며

조심했는데.

지금껏 쌓아왔던

내 인고의 수고가.

겨우.

그. 하나로.

다 터지고

다 날렸다는

더러운 기분이

감당되지 않는다.


망할 발화점이

후련을 가져오지 않고

허망을 남겼다.


세상 혼자 아둥바둥한 기분이

한껏 나를 끌어내린다.




또 다시.


시간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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