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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노리의/일기장

술력

by 배스노리 2016. 2. 18.




술만 마시면 가상해지는 빌어먹을 용기가 있다. 더러는 술 기운을 빌려 하는 말은 진실성이 없다라고 한다. 더러는 술 기운을 빌려서라도 진심을 말하고 싶다라고 한다. 


차마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꾹꾹 눌러지고. 차마 입 밖으로 도저히 나와지지 않는 말도 있다. 그것은 머리가 너무도 확실하게 휙휙 잘만 돌아가, 이것저것 별의 별 경우의 수들을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감안하고 그 말을 용기 있게 뱉어내기에는 내 이성은 심하게 또렷해서. 자꾸만 겁을 주고, 또 겁을 줘 책임 질 자신을 없게 만든다. 그렇게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결국은 꺼내지 못하고 포기하며 삼키는 것이 대다수다.  


그런 말들은 그 만큼의 내적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대게 모 아니면 도가 될 것 같은 말이다. 나에게, 또는 상대에게. 아주 조심해야 할 가능성이 큰 말들이다. 그래서 뱉지 않는 것이 좋을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 그렇게 뱉지 못한 것들이 쌓여, 결국은 나 혼자의 생각으로, 나 혼자의 결론을 내려 혼자만의 스트레스에 점차 지치게 된다. 불안정 할 때는 긍정의 힘 보다는 부정의 힘이 더 크게 작용되고 그에 휩쓸리는 것이 아주 쉬워지는 것 같다. 


이성이 마구마구 활발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정작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다... 이성을 조금만 내려놓을 수 있다면.. 습관처럼 따라오는 계산을 조금만 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비겁한 용기일지라도. 용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있기도 하니까... 


나는 정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건 말건. 나 스스로가 나에게 실망을 하건 말건. 그딴거 신경 하나도 안쓰고. 정말 정신 놓고. 후련하게. 생각없이. 그저 막 뱉고 싶을 때가 있다. 문젠, 그게 이성이 살아있을 땐 죽었다 깨도 안된다. 스스로가 만든 이성의 무덤에서 벗어나는 길을 술이 찾아준다면. 그 또한 감사히 이용하기도 해야하는 것 아닐까. 술이 취해서 정신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 술 덕분에 계속 생각만 할 수 밖에 없었던 말을, 드디어 꺼낼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뭔 소리야 젠장. 


술 쳐먹고 진실하게. 진심으로 욕하고 싶다. 하지만 오늘도 참는다.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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