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
무릎에 머리를 대면
잠들때까지 귀를 만져주고.
마당에 이쁘게 봉숭아 꽃이 피면
내 손톱에도 꽃물을 피워주고.
명절에 뒤늦게 도착하면
따로 챙겨둔 내 꼬지 꾸려주고.
이십대 후반까지도
새뱃돈 봉투를 몰래 숨겨 줬던.
내
외할머니를 보내고 오는 길.
정말 아무일도 아닌 듯
아무렇지도 않게
친척들과 웃고 떠들며
덤덤했던 나를 대신해
그 맑은 날.
구름이 울더라.
나 왜 이렇게 괜찮지 했는데
첫 날부터 나던 열이
아직도 내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도 코로나코로나 거려
짜증나서 보건소를 다녀왔는데
그때서야 서러움이 북받치더라.
할매.
나는 이제
괜찮다 괜찮다하면
진짜 괜찮은 척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안괜찮은거 같으니
섭섭해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그 날 그러더라.
삶은 유한하다고.
나도 죽고. 너도 죽고. 우리는 다 죽는다는 것을
이미 우린 다 알고 있다고.
그러니 슬픔에 너무 잠식되지 않길 바란다고.
알지만 슬프고.
알아도 괴롭고.
안다는게
아무 소용없을때도
많은거 같다.
그래도
나도 죽는다는 말이.
위로가 되더라.
내 유한한 삶에서
빛나는 부분들을 채워 준 당신이
나는
많이..
그리울거 같다.
미안하고..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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