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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노리의/일기장

인사

by 배스노리 2020. 8. 31.


2020.08.25


무릎에 머리를 대면

잠들때까지 귀를 만져주고.


마당에 이쁘게 봉숭아 꽃이 피면

내 손톱에도 꽃물을 피워주고.


명절에 뒤늦게 도착하면

따로 챙겨둔 내 꼬지 꾸려주고.


이십대 후반까지도

새뱃돈 봉투를 몰래 숨겨 줬던.


외할머니를 보내고 오는 길.


정말 아무일도 아닌 듯

아무렇지도 않게

친척들과 웃고 떠들며

덤덤했던 나를 대신해

그 맑은 날.

구름이 울더라.


나 왜 이렇게 괜찮지 했는데

첫 날부터 나던 열이

아직도 내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도 코로나코로나 거려

짜증나서 보건소를 다녀왔는데

그때서야 서러움이 북받치더라.


할매.

나는 이제

괜찮다 괜찮다하면

진짜 괜찮은 척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안괜찮은거 같으니

섭섭해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그 날 그러더라.

삶은 유한하다고.

나도 죽고. 너도 죽고. 우리는 다 죽는다는 것을

이미 우린 다 알고 있다고.

그러니 슬픔에 너무 잠식되지 않길 바란다고.


알지만 슬프고.

알아도 괴롭고.

안다는게

아무 소용없을때도

많은거 같다.

그래도

나도 죽는다는 말이.

위로가 되더라.


내 유한한 삶에서

빛나는 부분들을 채워 준 당신이


나는


많이..

그리울거 같다.



미안하고..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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