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그사세 13화 중 정지오(현빈)이 주준영(송혜교)와의 이별 후 공감가는 명대사가 있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 한구절씩만 생각이 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이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거.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저 아이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거. 이 대사가 참 생각을 많아지게 만들었다. 이 장면을 보고나니 노희경 선생님께서 참 좋은 시였다는 그 시가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황지우님의 뼈아픈 후회라는 시가 있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러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채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황지우-뼈아픈 후회]
그래. 희생이라는 나를 향한 위안으로 무던히도 남을 괴롭혔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사랑임을 증명해야 하듯 열심히도. 당시를 지나 생각해보면. 진실로 내가. 사랑을 했다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시절이 있기는 할까. 나를 위한 사랑을 하면서.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내세우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해준적이 있었을까.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너무도 공감이 되어 아픈걸 보면. 나는 당당하지 못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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